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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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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혜
작성일09-10-07 00:00 조회21,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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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시연과 승단 심사가 모두 끝난 어젯밤, 기나긴 잠에 들어야 마땅한데 새벽에 잠을 깨어 한참을 또렷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간 어떤 일들이 지나갔나, 하나씩 돌이키며 앉아 있으려니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것이겠지요. 안 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몸 여기저기가 뻐근한데 마음은 뭔가가 확 열어젖혀진 듯 경쾌합니다. 지난 2008년 이후 총재님을 다시 뵙고 무예 수련을 시작한 지 4개월여, 하루하루가 사연투성이이고 하루하루가 급랑의 물결이었습니다. 그 일선에서 온몸으로 파고를 맞으시는 총재님 모습 바라보기가 너무 안타깝고 속이 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어제 새로이 탄생한 40여 분의 국선무예 유단자들을 뵙고 있으려니 이분들 보려고 그간의 고통이 필요했었던가보다, 여겨지는 것이겠지요. 가진 것이라곤 책 몇 권 읽은 것밖에 없던 제가 이제는 하루하루를 산보하듯 즐겁고 경쾌하게 발차기하며 지냅니다. 마음 상하는 일을 겪으면 속으로만 움츠러들며 냉가슴을 앓던 제가 허공에 대고 정권, 외수를 내지릅니다. 그러다보면 속에 맺힌 것들이 하나씩 풀려나가고, 그러다보면 허공에게 너무 미안해져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만사가 감사하고 만인이 고마워집니다. 자격 미달인 나를 속상해하기보다는 합당한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게 되고, 좁고 모나고 소심한 나를 한심해하기보다는 정 많고 따뜻한 나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소아적 세계관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나면 대자연이 저를 품어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니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돌이 있어야 옥을 고른다고 합니다. 수련이 거듭될수록 제 마음속 거친 돌멩이가 먼저 보이고, 탓하고 싶은 누군가가 바로 저의 또 다른 모습임을 알게 됩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그러다보면 마음은 저 창공처럼 푸르러져서 경계가 사라지는 것만 같습니다. 비록 내일 또다시 어두워질지라도 숨을 고르고 깊이 깊이 잠겨들면 ‘그것’이 또다시 제 안에서 피어오르리라는 희망, 이 희망을 갖게 해주신 총재님과 청화 선사님, 그리고 여러 선배님들께 감사의 합장 인사를 올립니다. 이제 120일간의 초단 여정을 끝내고 낙법 등 본격적인 무예 수련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는 당분간 미뤄둔 일과 만남을 해치우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용춘화를 몸으로 접할 그날이……! * 시연이란 걸 처음 해보았는데요, 처음에는 잔뜩 걱정했었는데 여러 사범님들의 지도로 무사히(!) 시연단에 잔류(?)하게 되었습니다. 북소리 하나(?)로 시연단을 이끄느라 고생하신 이정구 사범님, 성심으로 발차기 지도해주신 김용남 사범님(제 교관으로 모실 겁니다^ ^) 유머와 웃음으로 긴장을 풀어주신 이교행, 이상운, 구동권 사범님, 시연단에게 맛난 카레라이스와 차를 만들어주신 박상은님과 채순석 사범님, 멋진 음악 선사해주신 이원목 사범님, 궂은 일 마다않던 이장래님, ‘힘’이 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이희중 사범님, 부드러움으로 팀의 조화를 이뤄주신 전병삼, 전태준, 김형필 사범님,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또한 시연단을 물심양면 도와주신 최형범, 김영일, 김영삼 사범님과 수진님도 감사했어요. 그리고 총재님, 국회 잔디밭에서 먹는 주먹밥, 엄청 맛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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