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왔다 간 그들 덧글 0 | 조회 3,341 | 2009-10-07 00:00:00
혜  


“人心不思本源空寂”ㅡ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혜능의 이 구절을 인용해놓은 그 책을 덮으면서 아주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과는 관계가 없으며 그 근원은 공적하다. 모든 진리가 그렇듯이, 얼핏 보면 평범해서 감동이나 정서와는 무관한 그렇고 그런 법문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법문 앞에서 오래 몸이 떨렸습니다. 이런 걸 지반을 뒤흔드는 무엇이라고들 하나요……? 그 후 자연스럽게 혜능과 관련된 책들을 구하게 되었고, 그중 손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평전입니다. 자서전이나 평전 유의 책을 읽고 있으면 화석화된 성인이나 철학자나 문인이 제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한동안 살다 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귀로 듣고 그들의 입으로 말하기, 그러고 있노라면 생이란 것이 좀 덜 지루해지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면 역사가 되고 마는 어떤 인간들의 운명, 역사로 남은 이 인간 화석들은 그들을 떠받드는 왜곡된 무리에 의해 진실하고 청정한 목소리들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곧잘 오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훌륭한 사람은, 뛰어난 사람은, 밥도 먹지 않고 똥도 싸지 않는다! 혜능에 대한 예찬론보다는 그가 어떻게 이 땅에 왔다 갔는지, 그 길의 노정이 무엇보다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마침내 마음이란 공적하다고 선포하게 되었는지, 그 숨어 있는 곡절들도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1300여 년 전 사람의 일생을 좇는 일이란, 더군다나 생불로 떠받들어지는 한 인간의 초상을 구경하기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격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 이 책은 ‘혜능’에 대한 ‘평전’이라기보다는 남방 선종사와 《단경》 연구서에 좀 더 가깝습니다. 이쪽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유용한 책이 되겠지요. 그럼에도 한 가지 인상 깊은 대목이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후대인들에게 인도 왕족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고대 인도에는 수많은 부족국가들이 있었고, 갠지스 강 유역에는 16개의 부족국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석가모니는 이 16개국 중 하나인 교살라국에 속한 일개 향촌 부족마을 가비라국의 왕자였습니다. 그가 출생할 당시에 가비라국은 외부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석가가 성인이 되었을 시는 교살라국에 점령되고 통합돼 소멸된 상태였습니다. 그는 “전쟁 중 피가 강물을 이루고 시체가 산처럼 쌓이는 처참한 살육을 목격”한 망국회족(亡國灰族)의 후손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가 힘주어 강조한 ‘자비(慈悲)’가 결코 관념이 아니라는 것을, 이 대목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는 “출신을 묻지 말고 품행을 물어라. 훌륭한 성자란 출신은 비천하지만 염치심을 가진 고귀한 자”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 왔다 간다는 것, 이 사건이 모두에게 행(幸)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고귀한 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