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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공 모임 후기] 불씨여 타올라라 덧글 0 | 조회 3,483 | 2009-10-07 00:00:00
김지혜  


2월 첫날, 국선도 무예협회 외공 모임이 열리는 의정부 도장을 찾았습니다. 팔상법을 필두로 국선도 전통+정통 무예가 청원 박진후 선사님을 통해 일반 사범들에게 전수되는 역사적인 현장이었지요. 비로소, 드디어, 말입니다. 웬만한 장소가 비좁게 느껴질 만큼 많은 분들이 무예를 배우겠다는 일념하에 눈빛을 빛내며 수련에 열심이셨습니다. 나이 불문, 여자 분들도 여럿 계셨는데, 무예를 좋아하고 아끼시는 만큼 그 외연도 강단지게 보였답니다. 전설적인 철선녀와 같은 분이 또 탄생할지도 모를 일인 거지요.^ ^ 기마세 호흡과 가부좌로 기운을 고르고 쌓은 뒤, 1월에 형을 익힌 팔상법 64동작을 가다듬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세 차례 모여 연습한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들 훌륭하셨습니다. 역시 일념(一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지요. 자신의 두 발로 직접 도(道)를 구해 찾아온 분들이시니 만큼 그 뿌리 깊은 발심은 충분히 읽히고도 남았습니다. 날마다 따로 수련 시간을 정해 개인 연습에 열심이시라는 것, 다 보였답니다. 팔상법은 발차기 동작이 많아 하단전에 축기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일 초도 제대로 서 있기가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저도 몇 동작 따라 해보았는데, 합족, 긍족, 옆차기는 어떻게 모양을 내보겠지만 안팎으로 돌려차기라든가, 내려찍는 압족, 후방 족관이라든가 수직으로 내뻗는 원족 등은 웬만한 공력과 연습 없이는 불가할 것 같았습니다. 청원 선사님도 누차 강조하셨지요. 외공은, 무예는, 노력과 연습 없이는 절대 한 보도 나아가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눈에 보이고 온몸으로 체득하여 알게 되는 것, 국선도의 묘미는 이런 데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았답니다. 청산 선사님께서도 일찍이 《영생하는 길》을 통해 이러한 ‘실제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신 바 있지요. 다들 아시듯이 청사 선사님께서 국선도법 제1의 성격으로 드신 것은 바로 ‘실존생명(實存生命)의 자연과학(自然科學)’이었습니다. 국선도는 신(神)이나 영(靈)을 직접 위하지 않으며, 인간의 실존을 그대로 대상으로 삼는 실존생명의 자연과학으로서, 동양사상의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입장에서 체험(體驗)과 자각(自覺)과 자증(自證)의 체득적(體得的) 방법(方法)에 서는 도법(道法)이라고 말이지요. 이에 근거할 때 인간의 몸 그 자체로 도를 체득하여 구현해 보여주시는 선사님들이 우리들 곁에 가까이 생존해 계시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인간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용기(用器)는 바로 몸이 아니겠는지요. 부드러운 몸, 유연한 몸, 강단진 몸, 날렵한 몸, 무거운 듯 가벼운 몸, 가벼운 듯 무거운 몸…이는 모두 그 안에 담긴 자기 자신의 고유한 마음과 영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형국이 아니겠는지요. 물론 바로 그 몸을 자유자재로 다스려 궁극적으로 초탈해야 할 경지가 따로 있는 줄 알지만, 그 경지조차 몸을 통하지 않고는 닿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국선도 무예협회 창립을 맞아 소우주로서 인간의 ‘몸’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여러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날이 춥다는 핑계로 방 안 이불 속에 둘둘 말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책 몇 쪽 넘기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그런 잔재미를 툴툴 털고 운동화 꿰차고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나가거나 근처 뒷산에라도 오르면 상상 이상의 상쾌함과 호연지기가 보상처럼 뒤를 따릅니다. 몸 안에 담긴 ‘그것’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우리의 경전인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바로 그 시간입니다. 여덟 가지 형세로 여덟 가지 방향을 향해 기운을 확장하는 기화팔법, 합당한 내공 없이는 단 일 초도 온전히 방향을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을 이 도법을 매일같이 수련해본 분들은 알 것입니다. 더군다나 문서상에 기록된 것을 해독하여 뻣뻣한 막대기처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도법 자체를 몸으로, 숨으로 체득하여 알고 계신 스승님께서 등불처럼 방향키를 잡아주시니 이의 소중함을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먹으러 설렁탕집 다녀온 것 외에는 한 시의 여유도 부리지 않고 모두가 수련에만 정진하시는 모습,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사님을 비롯하여 이사님들, 사범님들, 회원님들 모두 어찌 그리 지치지도 않으시는지…^^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분들이 국선도 무예의 진상과 활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하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곧 그리 되겠지요. 지금의 이 행보, 언젠가는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너무 비장한가요? ㅋ) 열심히, 웃으며, 즐겁게 보낸 하루의 해는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저무는 것 같습니다. 개운하게 수련을 끝내고 다과를 들며 차분한 가운데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으던 시간도 아름답게 기억됩니다. 누구도 발언할 수 있고 누구도 제지할 수 있는, 그런 넓고 넓은 자리였습니다. 어렵사리 피워진 이 불씨, 우리 모두의 당당한 주인의식 속에 세상을 환히 밝히는 ‘밝’으로 활활 타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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